✝ 2020년 주님 부활 대축일, 교황 프란치스코 메시지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 축하합니다!

오늘 온 세상에 교회의 선포가 메아리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새로운 불빛처럼 이 기쁜 소식이 밤중에 밝혀졌습니다. 시대의 도전들에 이미 직면한 세상의 밤, 그리고 이제 우리 인류 대가족을 모질게 시험하는 대전염병에 짓눌린 세상의 밤에 말입니다. 이 밤에 교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스도 나의 희망, 죽음에서 부활했네!”(부속가)

그것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또 다른 “감염”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저마다 이 기쁜 소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 나의 희망, 죽음에서 부활했네!”라는 희망의 감염입니다. 그 소리는 문제들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의 주문이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이런 마술의 주문이 아닙니다. 악의 뿌리에 거둔 사랑의 승리이며, 죽음과 고통을 “뛰어넘어” 가지 않고, 심연으로 가는 길을 열고 이를 건너가서 악을 선으로 바꾸는 승리입니다. 곧 하느님의 힘을 보여주는 독특한 인장입니다.

부활하신 분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이십니다. 그분의 영광스러운 몸에는 지울 수 없는 상처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희망의 틈새가 된 상처이지요. 고통 받는 인류의 상처들을 치유해 주시도록 그분을 돌아봅시다.

오늘 이 날, 저의 생각은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직접 타격을 받은 모든 분들을 향합니다. 환자들, 돌아가신 분들,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우는 가족들, 때로는 마지막 인사조차 할 수 없었던 분들을 생각합니다. 생명의 주님께서 당신 나라에 그분들을 맞아주시고, 아직 시련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특히 나이 드신 분들과 홀로 사시는 분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시기 바랍니다. 요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군복무 중이거나 감옥에 갇힌 분들처럼 특별히 취약한 형편에 놓인 분들에게 위로와 필요한 도움이 모자라지 않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분들에게 이 부활절은, 육신의 고통으로부터 경제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대전염병이 불러일으키는 애통함과 여러 어려움들 가운데 지내는 고독한 부활절이 될 것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단지 애정만을 앗아간 것이 아니라, 성사로부터 특히 성체성사와 화해성사에서 솟는 위로를 직접 끌어내는 기회조차 앗아갔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성사에 다가가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주님께서는 우리를 혼자 버려두지 않으셨습니다! 기도 속에 하나 되어 우리는 그분께서 우리 머리에 당신 손을 얹으시고(시편 139(138),5 참조), 힘차게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부활했고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로마 미사 경문 참조)하고 되풀이하신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우리의 파스카이신 예수님께서 어디서든 힘이 다하도록 때로는 자신의 건강을 희생하면서도 이웃에 대한 보살핌과 사랑을 증언하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에게 힘과 희망을 주시기 바랍니다. 그분들과 또 시민 공동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봉사를 보장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분들, 시민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공헌한 여러 나라의 경찰들과 군인들에게 저의 애정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최근 몇 주 동안 수백만 명의 삶이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집 안에 머무는 일은 성찰하고, 질주하던 삶의 속도를 멈추며,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있으며 동반자들과 시간을 보내는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는 또 불확실하게 다가오는 미래와 실직의 위험, 현재의 위기가 가져오는 다른 결과들에 대한 근심 걱정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정치적 책임을 떠맡은 모든 분들이 시민들의 공동선을 위해, 모두가 품위 있는 생활을 영위하기에 필요한 수단과 도구들을 마련하면서, 여건이 허락하는 한, 적절한 일상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일해주시도록 격려합니다.

지금은 무관심의 때가 아닙니다. 전 세계가 다 고통 받고 있으며 대전염병을 직면하기 위해 서로 단결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가난한 모든 이들, 변두리에 사는 모든 이들, 난민들과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시기 바랍니다. 도시들과 세상의 모든 변두리를 채우는 가장 약한 이 형제 자매들이 홀로 방치되어서는 안 됩니다. 많은 활동이 폐쇄된 지금, 조달하기 더 어려워진 일차적 필수품들, 의약품들과 무엇보다 적절한 의료지원의 기회가 모자라지 않게 합시다. 여건을 고려하면서 시민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몇몇 나라가 혜택을 받을 기회를 가로막는 국제적 경제제재를 덜어주고, 가장 빈곤한 국가에 무거운 저울이 되는 부채를 줄이거나 나아가 탕감함으로써 모든 나라가 제때에 필요한 일을 직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이기심의 때가 아닙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은 우리 모두에게 공통적이며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타격을 입은 세상의 여러 지역 사이에 저는 특별히 유럽을 생각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 사랑스런 대륙은 과거의 경쟁심을 극복하는 데 공감한 구체적인 연대성의 정신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전에 없이 긴급한 현재의 상황 속에서, 그런 경쟁심이 극성을 부리는 대신, 모두가 한 가족의 구성원임을 깨닫고, 서로 도와주기를 바랍니다. 오늘날 유럽연합(EU)은 시대의 도전에 직면했으며, 거기에 유럽의 미래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아서라도 연대성의 궁극적 증거를 제시할 기회를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른 대안이란 그저 평화로운 공존과 다음 세대의 발전을 모질게 시험하려는 위험과 더불어, 단지 일부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이기심과 과거에로 회귀하려는 유혹입니다.

지금은 분열의 때가 아닙니다. 우리의 평화이신 그리스도께서 분쟁에 책임이 있는 모든 이들을 비추어주시어, 세계 각지에서 존재하는 무력을 즉시 모두 다 중단하라는 호소에 동의할 용기를 가지게 되기 바랍니다. 지금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할 거대한 재화를 써가며 무기를 만들고 거래하기를 계속할 때가 아닙니다. 오히려 시리아를 피로 물들인 오랜 전쟁과, 예멘의 내전, 이라크와 레바논의 긴장상태를 마침내 끝낼 때여야 합니다. 지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대화를 재개하여, 두 민족이 평화 속에 살 수 있게 만드는 안정적이고 영속적인 해결책을 찾을 때여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고통이 그쳐야 합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무죄한 많은 이들에게 자행되는 테러주의자들의 공격이 끝나야 합니다.

지금은 망각의 때가 아닙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가 많은 이들의 고통을 가져오는 다른 긴급한 상황들을 잊어버리게 해서는 안 됩니다. 생명의 주님께서 모잠비크 북부에 있는 카보 델가도 지역과 같이 인간적으로 중대한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민족들에게 가까이 계심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전쟁과 가뭄과 흉년 때문에 집을 잃고 난민이 된 많은 이들의 마음을 따뜻이 어루만져 주시기 바랍니다. 다수가 아이들인 많은 이주민들과 난민들, 특히 리비아에서 그리고 그리스와 터키 국경에서 견디기 어려운 환경 속에 사는 이들을 보호해주시기 바랍니다. 베네수엘라가 심각한 정치, 사회, 경제, 의료적 결핍으로 고통 받는 국민에게 국제적 원조를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게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무관심과 이기심, 분열, 망각은 결코 이 시기에 우리가 듣고 싶은 단어들이 아닙니다. 모든 시대에서 이런 단어들을 금하고 싶습니다! 이들은 우리 안에서 두려움과 죽음이 이길 때 곧, 우리의 마음과 삶에서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이기시도록 놓아두지 않을 때 기승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이미 죽음을 이기시고 영원한 구원의 길을 우리에게 열어주신 주님께서, 우리 가련한 인류의 어두움을 흩어버리시고 우리가 결코 저물지 않는 당신 영광의 날로 들어가도록 인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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